지난 번 처음으로 올린 글이 대문에 나가는 바람에, 한옥에 살면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적어 보려했던 나는 지레 겁을 먹고 말았나보다. 바쁜 것을 핑계로 미루어 왔지만, 실은 이번에도 잘 써야 할 텐데 하는 부담감이 글을 쓰려는 마음을 무겁게 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밖에 나서면 힘들고 괴로운 세상이지만, 집에 있으면, 편하기 그지 없다. 해가 길게 누운 겨울 휴일 아침에, 나는 따스한 안방에 누워 이리뒹글 저리뒹글 하고 있다. 겨울 한옥이 아파트 안보다 추운 것은 사실이겠지만, 해가 잘 비치는 때에는 오히려 안쪽 깊숙히 들어온 햇볕으로, 밝고 상쾌한 느낌이 든다.  


시끄럽게 놀던 3형제가 어디갔나 했더니, 건너방에서 이불보를 갈고 있는 엄마에게 모두 갔다. '이녀석들!'하고 쫓아가보니, 열어논 창문에 빛을 받아 세 놈이 싱글벙글 하고 있다. 조용하고 화목한 시간이 잠시 지나더니만, 역시나 다를까, 잘 깔아놓은 이불이며, 침대 위에서 아이들이 뛰기 시작한다. 아직 돐도 안된 막내는 형아들만큼은 못해도,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구경에 열심이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는 모습을 보니, 장난기가 발동한다. 사진기를 꺼내들고, 감독이 되어 지시하기 시작한다. '그래, namu야, 하나둘 셋 하면 뛰어야 돼, 알았지!' '야, sunu 너도 뛰어야지. 형 뛸 때, 같이 뛰는 거야.'  말귀들 한 번에 알아들으면, 애들이 아닌 것이 확실하다. 그렇게 말해도 잘 안되더니만, 몇 십번을 거듭한 끝에, 그래도 몇 장을 건졌다. 서대문 한옥에 브레송의 탄생인가! 스스로 '결정적 순간'이라 자평하며, 속으로 즐겁기 그지없다.

아이들이 뛰는 모습을 그냥 보면, 별다를게 없지만 막상 사진을 찍고 보면, 신기하기 그지없다. 사진으로는 다음 장면에 방바닥에 고꾸라져 다칠 것만 같지만, 그 작은 몸과 손 그리고 발은 허공을 휘저어, 잘도 방바닥에 내려 앉는다. 어쩌면 사진 덕에 우리는 생명의 신비한 순간을 보는 것일지 모른다.

어설픈 사진에 들익은 해설은 그만하고, 이 '뛰는 사진찍기 놀이'는 집안에서 아이들과 같이 하기에 참 그만이라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아이들이 그저 뛰는 노릇만 하지 않고, 사진이 어떻게 나왔는지, 다음엔 요로케 조로케 하면 되겠구나 스스로 원인분석을 하는 가운데, 평소와는 다른 묘한 '동료애'가 아이들과 나 사이에 싹튼다. 찍은 사진을 화면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디카를 가지신 분들이면 한 번 해보시길 바란다.



뒷이야기이지만, 큰 녀석 namu는 숙련된 연기자임을 밝혀둔다. 2년전 경주 호텔방에서 우리는 그 가능성을 발견한 이래, '한옥 공포괴담시리즈'를 완성하고 오늘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참, 이것이 한옥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하실 분이 있겠지만, 별로 상관이 없다 싶다. 하지만, 글을 다 써가던 끝에 안 일이지만, 한옥아닌 아파트라면 이렇게 신나게 뛰기 어려울텐데..... 부질없는 것을 권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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