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와서의 풍경 - 모기장



드디어 한옥으로 이사를 하였습니다.


건축가들은 입만 열면, 그렇게 한옥이 좋다고 떠들고 다니는데, 정말 한옥이 좋은지 당신이 살아보라는 이야기가 듣기 싫어 이사한 것은 아닙니다.  

그 보다는 정말로 한옥에 살고 싶어서, 근처에는 아파트가 없이 다세대와 근생건물들 그리고 한옥들이 얽히어 있는 어느 큰 빌딩 뒤 작은 동네에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남들은 아파트를 사서 그것도 강남의 아파트를 사서 값이 오르는 투자를 생각하기 여념이 없는 이때에 정반대 방향으로 가는 감도 없지 않지만, 살고 싶은 집에 그것도 내가 고쳐서 들어가 살 수 있는 집을 택하기로 한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아무런 생각이 없던 것은 아닙니다. 사무실에서 걸어서 5분 거리 안짝에 지하철역도 넘어지면 코 닿을 거리라는 것이 큰 매력이었습니다. (이사 당시에 사무실은 같은 서대문 충정로동에 있었습니다.)
나중에 이 글이 계속되면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11자짜리 장도 거뜬히 들어가는 커다란 용량을 자랑하는 든실한 도시한옥이었기에 여러 생각 끝에 결정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사를 오고 여러 일이 있었습니다. 모든 방들이 다 몰려있는 아파트와 달리 마당을 중심으로 방들이 둘러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요즘 저희 집에서 식구들끼리 가장  많이 쓰는 말은 바로 '어딨어?'입니다.


'namu 어딨니?', '엄마 어딨어?'


크지도 않지만 잘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불러서 소재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가끔은 사라져도 모를 정도기도 합니다.


그럼,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겠지요.

이사 와서 특이하게 장만한 것 중 하나가 '모기장'이었습니다.  어려서 여름에 시골가면 대청이나 안방에 쳐져있던 그 모기장을 들보와 장 상부에 못을 박아 줄을 늘여 고정을 했습니다. 아직 창들에 유리가 껴져 있지 않아서 인지, 집에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서인지, 모기가 상당히 많은 편이었습니다. (빈 집에 모기가 많다는 것을 그 때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모기의 수는 많이 줄어들더군요. )

결국 우리 namu가 왼쪽 눈을 모기에 쏘여, 챔피언 홍수환이 시합 후에 인터뷰하는 얼굴처럼 되고 나서야 크게 반성을 하고, 할아버지가 사오신 모기장을 재빨리 달았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기능성만 뛰어난 것이 아니더군요.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색깔도 예전과 달리 색동옷처럼, 여러 색으로 층을 이루고 또 어름어름한 실루엣으로 공간을 감싸고 있으니, 밖에서 보나, 안에서 보나, 아늑하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을 만들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여름 늦게까지 모기장을 쓰고 나면, 잘 접어서 상자에 모셔두어야 겠습니다.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장식을 잘 보관하듯이 말입니다.

다른 식구들이 모기장 이야기를 했을 때는 그 '구질구질한'것을 무어하러 달까 생각했는데, 참으로 훌륭한 공간장난감 하나를 구한 듯합니다.


그럼, 다음에 또....


이사간다고 소식 전하지 못한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인사를 올립니다.


안녕히 계시고, 모기 조심하셔요.


(* 이 글은 2003년 6월 9일에 쓴 것으로 저희 회사 홈페이지에 올렸던 것을 조금 고쳐 올린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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