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의 선병국 가옥 답사기

▲ 중요민속자료 제 134호로 지정되어 있는 충북 보은의 선병국 가옥. 지금도 선씨家가 살고 있다.
ⓒ 김동이
어린 아이들이 물옥잠에 손을 대자 안채에서 불호령이 떨어진다.

“이놈들~! 만지면 안된다. 만지면 죽어!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못보잖아?”

유적지라 해서 사람이 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큰 오해였다. 살림살이며, 승용차며, 알 수 없는 사람들의 놓여진 신발하며 분명 인기척이 있었다.

▲ 선병국 가옥의 안채 모습. 어린아이들이 물옥잠을 손으로 만지려하자 안채에서 불호령이 떨어져 깜짝 놀랐다.
ⓒ 김동이
일제시대인 1925년에 완공, 선씨 家 기쁨 더했을 듯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분명한 사실은 집의 크기로 집주인의 권세나 재산 정도를 추측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집이 크고 웅장하면 집주인이 세도가나 엄청난 재물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아챌 수가 있다.

필자가 찾은 이곳도 아직까지 과거의 모습을 고이 간직한 채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되어 국가의 도움을 받아 웅장한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바로 지난 1984년 1월 중요민속자료 제 134호로 지정된 충북 보은의 선병국 가옥이 그곳이다(충북 보은군 외속리면 상계리 154번지).

▲ 고택 주변에 심어져 있는 소나무와 안채 앞마당에 있는 어린아이들이 만지려고 했던 물옥잠.
ⓒ 김동이
보은에서 속리산 방향으로 12km 떨어진 하천가에 위치한 이 집은 1만 여 평의 대지에 안채, 사랑채, 사당(祠堂) 등 6동의 주건물(主建物)과 나머지 부속건물(附屬建物)이 있는 아흔 아홉 칸의 집이다.

하지만, 곳간까지 포함하면 134칸이라고 알려져 있다. 집은 고종 9년(1903년) 10월에 착공해서 일제의 갖은 억압 속에서도 무려 20여년이 지난 1919년에서 1921년 사이에 완공되었다고 전해진다.

힘든 상황 속에서 이 집이 완공되었을 때 선씨家 사람들은 아마도 기쁨과 환희의 탄성을 외쳤을 것이리라. 탄성을 외쳤을 만한 또 하나의 이유는 선씨가에 대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원래 보은 선씨家는 전남 고흥에 살던 보성선씨(寶城宣氏)였는데, 전국을 돌면서 집터를 찾다가 이곳이 연꽃이 물에 뜬 형상인 연화정수형(蓮花淨水形)이어서 자손이 왕성하고 장수를 기원할 수 있다하여 정착했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 오고 있다.

특히, 이 집은 전통적 건축기법에서 벗어나서 건물의 칸이나 높이 등을 크게 하는 경향으로 변화를 보이던 시기의 대표적인 건물로 손꼽힌다. 집터는 속리산에서 흘러내리는 삼가천의 큰 개울 중간에 삼각주를 이룬 배의 형국같은 섬으로 명당자리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선씨家 거주, 일부는 고시준비생들의 공부방으로

사람이 살고 있는 몇 안 는 유적지의 하나인 충북 보은의 선병국 가옥에는 아직도 선씨 가문의 후손들이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다.

▲ 고택의 담을 휘감고 있는 담쟁이 넝쿨과 고택안에 예쁘게 피어있는 야생화의 모습
ⓒ 김동이
넓은 부지로 인해 관리가 어려워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고, 고택답게 주변의 소나무에는 담쟁이 덩굴이 타고 올라 소나무 전체를 휘감고 있다. 비록 지금은 후손들 일부만 살고 있지만 예전에는 정말 가문 전체가 같이 살아도 충분히 남을 만한 규모의 가옥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이곳에는 선병국씨 내외와 아들 내외가 살고 있으며, 조용하고 한적한 외곽에 위치하고 있는 탓인지 집 한켠에는 고시생들의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어 그 곳이 숙소이자 공부방이라는 것을 금세 눈치 챌 수 있다.

선병국 가옥을 견학하면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현재 집안에 살림살이가 있어 내부공개를 하지 않아 내부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기회가 된다면 내부 집구조도 한번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 [과거와 현재의 만남] 99칸의 가옥 중 곳간의 모습. 곳간이 굳게 닫혀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언가 중요한 물건이 있는지 쇠로 된 자물쇠로 굳게 채워놓았다.
ⓒ 김동이
아흔 아홉 칸의 집이 분명 과거에는 위세를 떨쳤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넓은 부지로 인해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이 집을 찾는 관람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나 아니면 선씨家에서 특별한 조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선병국 가옥내에 있는 소나무의 모습. 왼쪽은 힘차게 뻗은 가지에서 볼 수 있듯이 건강한 소나무이고 오른쪽은 병이 들어 솔잎조차 붙어 있지 않은 병든 소나무.
ⓒ 김동이
즉,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있으면 민속자료로서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도록 관리 보존해야 한다는 말이다.

2007 5 29  오마이뉴스 김동이 기자
분류 :
건축
옵션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