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 이사와서의 풍경- 그 세번째 이야기] 집과 세상을 잇는 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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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간에 나와 아빠를 배웅하는 식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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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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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툇마루에 서서 뽀뽀로 대략 때우려는 순우(sun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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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구 |
오늘도 우리 집 대장 남우(namu), 엄마와 막내 연우(yeonu)가 문간에 선다. 늦장 출근하는 아빠지만 배웅을 하려고 모두 나왔다. 나오기 귀찮아하는 순우(sunu)는 툇마루에서 뽀뽀로 대략 해결하고는, 문간방에 올라서서 창 너머로 '아빠, 나 여기, 안녕!' 한다.
남우는 그것이 얄미워서 '아빠 순우 봐, 나오지도 않았어!' 하며 손가락질을 하는데, 그 아래로 두기(dugi)가 이때다 하며, 식구들을 졸졸 따라나선다. 분명 다른 집 개들이 남겨 논 흔적을 확인하고, 골목 여기저기에 '쉬'로 영역을 표시하려는 속셈이다.
아주 똑같지는 않지만 매일 아침 우리 집 앞 대문 풍경은 이러하다. 아무리 회사에 브라키오사우루스만한 스트레스가 기다리고 있어도, 식구들이 손을 흔드는 문간을 뒤로하며, 나는 당당히 세상으로 나온다.
그리고 보면 문간은 참 신기하다. 밖으로 나가려면 누구나 방 밖을 나와 신을 신고 다시 문간이라는 안을 거쳐 세상으로 나온다. 그저 열고 나오면 되는 대문과 다르고, 문 하나로 세상과 집을 야속하게 가르는 아파트 현관문과도 다르다. 세상과 사이를 확실하게 나누지 않고 길과 집 그리고 마당 사이에 두툼한 그늘을 드리고 문간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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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들어서자 마중나온 연우(yeonu)가 중문 너머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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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구 |
집을 나설 때도 그렇지만, 집안으로 들어설 때도 문간은 독특한 느낌을 준다. 집 안의 인물과 사정이 문간을 거치며 하나 둘 차례로 나타나는 것이다. 대문을 열면 꼬리치는 두기를 만나고, 중문을 너머 마당이 눈에 들어온다. 낮에 아이들이 무엇을 하며 놀았는지, 우리 집 나무와 풀들이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문턱을 넘어 마당으로 들어서면, 툇마루에는 막내 연우가 서서 '앗파-, 앗파-'하며 나를 맞이한다. 아이를 안고 신발을 벗으며 마루로 올라 안으로 들어가면, '아빠아-'하며 경쟁하듯 두 녀석이 방에서 달려나온다. 그러면 열에 여덟 번 정도 엄마의 '흥' 소리가 이어진다. 하루종일 엄마 속을 썩여놓고, 아빠만 반가워하는 꾸러기들이 야속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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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간 앞에선 우리 집 꾸러기 형제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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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구 |
귀갓길, 문간에만 서도 식구들을 만난 듯 마음이 흐뭇하다. 대문 위로 장식된 화반들 사이로 아이들 노는 소리가 건너 들리면 '아, 집이다!' 하는 편안한 느낌이 들고, 잠시 후 대문이 열리며 나는 문간을 지나 세상 밖에서 집으로 돌아온다. |
2007 08 09 조정구 오마이뉴스에서 퍼옴
내 어렸을 때 보았던 풍경들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 아니 지금 내가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간 듯 보이는 것이 참 정겹네.
정구군, 아직도 내겐 30여년 전 슬라이딩하며 교실 앞으로 달려 나오던 그 모습 그대로의 장난꾸러기로만 기억되는데(대학생일 때도, 일반인이 되어서도 보았지만) 네 아이의 아빠로, 남편으로 의젓한 '구가'의 주인장이 된 것을 보니 기쁘기 그지 없네. 안 사람도 표정이 밝고 아름다운 걸 보니 장가도 잘 갔구만 싶네
신문이나 잡지 등 언론에 등장할 때마다 참 자랑스러우이.
늘 건강하고 그 웃음 잃지 않기를, 또 가족들 모두 편안하기를 기도드리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