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건축의 현대화- 호텔라궁

객실 수가 16개에 불과한 경주 보문단지의 한 호텔이 최근 건축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라궁’이란 생소한 이름의 이 호텔은 지난 3월 말 완공돼 5월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라궁이 건축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최초의 한옥 호텔이기 때문이다.
라궁은 보문단지에 위치한 신라 밀레니엄 파크의 한 부분으로 계획됐다. 호텔의 대지면적은 약 1만6529㎡(5000평).

신라 궁궐이란 의미의 호텔 ‘라궁’은 한옥식 입구와 로비 및 라운지를 거쳐 16개의 객실이 마당으로 열린 회랑으로 이어져 있는 형태다.
설계는 구가도시건축의 조정구 소장이, 시공은 이연건축이 맡았다. 총괄 목수 일은 조전환 대목이 맡았다.

호텔의 각 방은 서울 북촌 도시한옥의 모습을 재현했다. 따라서 회랑에 면한 호텔 방문은 한옥 대문의 모습을 하고 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신발을 벗는 문간이 있고, 올라가면 대청 형태의 거실이 있다. 대청에는 옆으로 작은 마당이 있고, 앞으로는 침실이 이어진다. 침실 앞쪽으로는 다시 방과 누마루가 이어지고, 누마루에서는 호텔 앞쪽에 조경된 호수가 내다보인다. 담으로 막힌 중정형 마당은 노천 욕실로 계획됐다. 이 같은 집 한 채 모습의 객실 면적은 약 66㎡(20평) 안팎으로 일반 호텔 객실보다 조금 넓다.

조전환 대목은 라궁을 “한옥을 현대적으로 진화시키기 위한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즉 호텔 로비의 대형 기둥은 미국·독일산 재목을 사용했으며, 창틀과 문틀은 현장 제작이 기본인 일반 한옥과 달리 외부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형식을 취했다는 것이다. 조 대목은 “이런 방식이 보편화되면 한옥 건설 비용이 훨씬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구조적으로도 한옥의 대형화를 통해 다양한 평면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일반 소형 한옥을 짓는 데에도 8개월씩 걸리는 공사기간을 불과 5개월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복도 역할을 하는 회랑은 라궁에서 또 하나 중점을 둔 공간. 언뜻 보기에는 경복궁의 회랑이나 불국사의 회랑과 비슷한 모습이다.
호텔 라궁의 의미에 대해 서울대 전봉희 건축과 교수는 “우선 한옥이 개인의 주택 또는 동호인의 사랑방 차원에서 벗어나 대중적인 이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고 지적했다. 또 좀 더 구체적으로는 “목재의 수급과 가공에 있어 기계 의존도를 높이고, 현장의 장인보다는 설계자의 비중이 강화되는 등 한옥 건축의 현대화에 이바지했다”고 평가했다.

라궁의 전재홍 사업계획팀장은 “손님들은 주로 미국이나 일본에 거주하는 해외교포들이 많다”고 말했다. 숙박요금은 호텔 수준으로 일인당 하루에 15만원 내외.
건축계 일부에서는 이 같은 한옥형 호텔이 키치(모조품 같다는 의미)인가 아닌가라는 논란도 있다. 하지만 호텔을 한옥으로 지은 첫 시도라는 점에서 그 의도는 높게 사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문의: 054-778-2100


중앙SUNDAY 신혜경 기자 2007 08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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