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7일자 중앙일보 '3040 한국 건축의 힘' 코너에 구가도시건축의 조정구 소장이 소개되어 올려드립니다.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3779787

돌과 나무와 흙이 한옥마당에서 하나가 되다

1934년에 지은 한옥을 재단장한 서울 가회동 주택 ‘선음재’(2007). 마당과 마루, 창호, 다락은 그대로 살려 오래된 집의 정취를 살리면서 지하에 오디오 룸, 마당이 바라다보이는 욕실을 마련했다. ‘선음재’ 작업을 맡았던 조정구 소장 자신도 2003년부터 한옥에 살며 자녀 넷을 마당있는 집에서 키우고 있다. [건축사진가 박영채 촬영, 구가도시건축 제공]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게 마당이었다. 하지만 아파트 인구가 다수를 차지하는 요즘, 마당 만큼 귀한 것도 드물다. 서울 북촌의 주택을 비롯해 서울 원서동 궁중음식연구원(2002), 인사동 누리레스토랑(2006), 안동 군자마을회관(2007) 등 현대한옥 작업을 해온 조정구(43·구가건축)소장은 마당을 주제로 한 얘기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사람이다. 2000년부터 10년째 해오고 있는 ‘수요답사’에 대한 얘기에서도 마당과 골목길 이야기는 빠지지 않았고, 한옥의 매력을 말할 때도 조형미와 함께 마당을 꼽았다. 그는 “내 건축의 주제는 마당” 이라고 말했다.

“한옥이 꼭 전통적인 목구조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더 중요한 것은 마당과의 관계죠. ‘한옥스러움’은 마당에서 나오는 겁니다.” 조 소장은 한옥의 마당은 ‘보는’ 마당이 아니라고 했다. 사람이 쓰는 마당이고, 자연의 변화를 몸으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는 “마당을 갖는다는 것은 ‘커다란 자연의 방’을 하나 더 얻는 것”이라고도 했다.

◆예스러움과 편리함의 조화=그의 손을 거쳐간 한옥은 지금까지 30채가 넘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경주의 한옥호텔 ‘라궁’(2007 한국목조건축대전 준공부문 대상·한국공간디자인 대상 수상)이다. 이곳은 전통식 목구조 한옥이면서 첨단 호텔의 기능을 실현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16개 객실은 각기 독립적으로 방 2~3개에마루와 마당을 갖추고 전통회랑으로 이어져 있다. 각 객실 마당에 노천온천이 있는 것도 큰 특징이다.

“라궁을 설계하면서 가장 고민한 것은 전통 요소를 어떻게 결합하고, 현대적 기능을 담아낼 것인가 하는 것이었어요. 한옥의 형태도 마당을 강조한 마당형부터 누마루형, 복합형 등 다양하게 시도를 했죠.” 조 소장은 “설계를 진행할 때는 한옥 호텔에 대한 반응이 어떨지 몰라 부담이 컸다”며 “다행히 관심을 갖고 찾는 이들이 많아 마음을 놓았다”며 웃었다.

‘라궁’ 이후에 그는 또다른 한옥 호텔 설계를 맡았다. 그밖에 어린이 도서관, 갤러리 작업을 해왔지만 주택에 대해서도 관심은 여전하다고 했다. ‘일상의 건축’을 탐구하고 설계하는 것이 설계사무소를 열 때부터의 생각이었단다. 그런 그에게 서울 가회동 한옥 ‘선음재’(2008 서울시건축상)의 리노베이션은 각별한 프로젝트였다.

“1934년에 지어진 집이었어요. 작업하기 전에 지금까지 한 한옥 중에 가장 잘 된게 무엇일까 생각했는데, 그게 바로 우리집이더군요. 우리 가족은 2003년부터 한옥에 살아왔는데 많이 고치지 않은 게 제일 낫다는 것을 알았죠.” 그래서 ‘선음재’는 될수록 원래의 모습을 건드리지 않고 옛날 집의 정취를 살려내는데 주력했다. 집에 있던 방과 마루, 다락과 창호는 최대한 살려냈다. 지하에 오디오 룸을 만들고, 방 하나를 마당을 바라보고 목욕할 수 있는 욕실로 개조했지만 ‘새 것’이 튀지 않도록 자리잡게 했다.

◆‘일상의 건축’으로 다가가기= 조정구 소장은 서울대 건축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도쿄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건축사무소 ‘경영위치’에서 일하다 2000년부터 구가도시건축을 운영해왔다. 2000년 11월부터 지금까지 서울 사대문 안팎의 동네를 답사해온 게 벌써 460회에 이른다. 골목길 지도와 주택 구조 등 답사내용을 세세하게 기록한 9권의 스크랩북을 보면 ‘지독한 사람’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는 이 답사에서 우리가 사는 모습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이 역사와 자생의 도시란 것을 확인했고, ‘사람들은 모두 형편대로 산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밖에서 볼 때는 어둡고 비좁고 낡아보여도 그곳에 사는 분들에게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좋은 도시란 형편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잘 어울려 살 수 있는 곳이죠. ” 하지만 답사하는 동안 수많은 집과 골목길이 흔적없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안타까웠다는 그는 “서울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려면 무조건 새 것을 지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우리 동네를 더 우리 동네답게’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꿈꾸는 집은 어떤 것일까. “자연과 소통한다는 한옥의 본질을 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그는 “궁극적으로는 한옥에 닿아 있으면서, 우리 시대의 다양한 삶을 담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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