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레스토랑 누리에서 박원순 시장의 "한경과 맛있는 만남"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누리는  구가도시건축에서 설계 및 감리를 진행한 프로젝트로 2005년 준공되었습니다. 준공 후 다수의 방송과 인터뷰가 이 곳 누리에서 진행되었는데요. 그 중 2012년 10월 12일 한국경제에 실린 박원순 시장과 한경의 "맛있는 만남" 인터뷰를 올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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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및 감리 : 조정구, 조지영       촬영 : 박영채

 

[한경과 맛있는 만남] 박원순 서울시장 "행정은 아마추어지만 틀에 매이지 않아 더 유리"

 

내 직업은 소셜 디자이너…합리적 사회 만드는 게 꿈
급격한 개혁작업 대신 상호소통 절차 중시…전시행정에 집착 않을 것
영혼없는 공무원 곤란…아닌 건 아니라고 얘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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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박원순 서울시장(56)은 ‘워커홀릭(일 중독)’ 습관이 몸에 배여 있다.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그의 하루 일정은 각종 면담과 회의로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빽빽이 채워져 있다.

시장이 된 이후에는 ‘증세’가 더 심해졌다. 주말에도 현장 점검 등으로 평일과 다름없이 강행군을 이어가 서울시 공무원과 비서진이 혀를 내두르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출퇴근 시간을 줄이려 가끔 시장실에 있는 간이침대에서 잠을 자며 업무를 챙기기도 한다.

이런 박 시장에게 ‘맛있는 만남’을 함께 하자고 요청할 때만 하더라도 제대로 시간을 낼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그는 선뜻 저녁을 먹으면서 천천히 인터뷰 하자고 대변인실을 통해 전해왔다. 하루 저녁 스케줄을 모두 비워 놨다고까지 했다. 뜻밖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것일까.

궁금증을 품은 채 추석 연휴 다음날이었던 지난 2일 저녁 박 시장과 인사동 한정식집 ‘누리’에서 만났다. 박 시장이 자신의 단골집이라며 직접 추천한 음식점이다.


○급격한 개혁 바람직하지 않아…협의 과정 거쳐야


자리에 앉자마자 이곳을 추천한 이유부터 물어봤다. “6년째 단골입니다. 제가 몸 담았던 아름다운 가게 본부가 걸어서 10분 거리인 재동에 있어서 자주 왔죠. (시장이 된 후에도) 이곳을 즐겨 찾습니다. 분위기도 조용하고 오랫동안 차를 마시며 토론을 해도 괜찮고요.”

워커홀릭 시장다운 대답이었다. 이곳에서 박 시장의 아이디어와 구상이 나온 것일까. “허허.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박 시장은 곧바로 이 식당 메뉴에 있는 계절도시락을 주문했다. “이 식당은 고기보다는 나물 메뉴 중심이에요. 나물 반찬뿐 아니라 밥과 국이 맛있습니다. 전 그중에서도 계절도시락을 즐겨 먹죠.”

도시락 맛이 궁금해 더 질문하려는 찰나 박 시장이 기자에게 줄 선물이 있다며 책을 건넸다. 본인 서명이 담긴 ‘신(新)목민심서’였다. 서울시가 공직사회의 부패와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해 지난달 발간한 책이다. “이 책은 또 하나의 혁신입니다. 그림과 사례를 많이 넣어 딱딱하지 않고 쉽고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서울시 공무원들의 아이디어입니다.”

가벼운 화제로 인터뷰를 시작하려 했지만 최근 시정에 궁금한 게 많았다. 오는 26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소회부터 궁금했다. “매일 힘들어요. 격무의 연속입니다. 정책 하나하나를 신경써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시를 둘러싼 이해관계도 정말 복잡합니다. 시의회를 비롯해 자치구, 기업, 시민단체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조율해 나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바로 까다로운 질문을 던져봤다. 박 시장은 지난해 10월 취임할 때만 하더라도 일각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아마추어리즘’ 같은 지적이 적지 않았다. 그의 대답은 간단 명료했다. “(그런 지적들) 일부는 사실입니다. 전 행정의 아마추어이고 이상주의자가 맞습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자신의 직업을 ‘소셜 디자이너’라고 했다.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면서 한국 사회를 어떻게 합리적이고 더 나은 사회로 업그레이드할지 고민해 왔습니다. 민간이든 공공기관이든 개선을 위한 고민은 유사합니다. 차이점도 있지만 공통점이 많아요. ”

‘소셜 디자이너’가 바라보는 서울시 공무원들은 어떨까.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당장은 좋을 수 있어도 길게 보면 아닙니다. 아닌 건 아니라고 얘기해야 합니다. 제게 아니라고 말하는 공무원들이 똑똑하고 잘하는 사람이죠. 전 관료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틀에 매이지 않고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는 다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예로 들며 개혁 과정에서도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를 개혁 정권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방법이 다소 서툴렀죠. 급격하고 협의가 부족한 개혁을 지양하고 상호 소통하고 협력하는 절차를 거쳐야만 합니다.”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한 시장’으로 남을 것

대화를 이어가던 중 도시락이 나왔다. 갖가지 계절나물과 장조림, 모둠전이 정갈하게 차려져 있었다.

“인터뷰는 천천히 하고 일단 식사부터 하죠.” 박 시장의 권유에 모둠전부터 맛봤다. 기름기가 별로 없는 담백한 맛이었다. 음식도 나온 참에 화제를 돌렸다.

일에 몰두하다 보니 이 세대가 대개 그렇듯 아무래도 가정에서는 ‘0점’짜리 남편일 듯싶었다. “하하…아내의 고향이 대구인데 제가 하는 걸 많이 이해해줍니다. 아내는 제가 대구에서 검사시보를 하고 있을 때 친구가 소개시켜줘 만났습니다. 몇 달 사귀다 결혼했죠. 의외로 고집은 있지만 현명합니다. 지내다 보면 ‘아내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를 많이 하죠.”

상큼한 나물과 모둠전이 차려진 도시락을 먹던 중 박 시장이 갑자기 한잔 권해왔다. 주량이 소주 한 잔일 정도로 그는 술을 거의 못한다. 백세주 반 잔을 마시자마자 박 시장의 얼굴이 금세 붉은 빛이다.

민감한 질문이었을까. 역대 서울시장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고건 전 시장은 행정의 달인답게 서울시 기반을 잘 잡았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버스중앙차로제 등 자신이 집중할 것을 완성시킨 점은 배울 만합니다. 디자인을 강조한 오세훈 전 시장 시절에는 도시 미관이 좋아진 것은 맞습니다. 다만 임기 중에 눈에 보이는 큰것에 집착하면서 무리가 따랐다고 생각합니다.”

박 시장이 만들어가는 서울시는 어떤 모습일까. “전 서울시가 글로벌 도시 경쟁력을 확실히 갖도록 만드는 게 꿈입니다. 서울이 아시아 최고 도시라는 싱가포르보다 못할 이유가 뭡니까. 하지만 치적을 위해 억지로 무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프로젝트일수록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의견 수렴이 필요합니다.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이런 이유로 비난한다면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한 시장’으로 남고 싶어요.”


○“안철수에 대한 부채 당연히 있어”

자연스럽게 화제가 대선으로 넘어갔다. 박 시장은 지난해 보궐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지지를 받아 범야권 후보로 출마해 당선했다. 안 후보에 대해 어느 정도 부채의식이 있지 않을까.

“부채의식이야 당연히 있죠. 하지만 시장이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민주통합당에 입당한 상황에서 쉽지 않아요. 또 안 후보 측에서 아직 구체적으로 (지지를) 요구한 적도 없습니다. 다만 (서울시장) 선거할 때 캠프에 있던 분들이 (안 후보 캠프에) 가 있더군요. 제가 가라고 얘기한 것은 아닙니다.”

유력 대선 후보 세 명에 대한 박 시장의 평가도 궁금했다. “세종시 이전 문제 등에서 보여준 박근혜 후보의 ‘신뢰성’을 높이 평가합니다. 문 후보는 저와 사법연수원 동기이기도 한데 항상 바르고 명분이 뚜렷한 분입니다. 멈추지 않는 도전정신 때문에 젊은이들이 안 후보에게 환호하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원한다고 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안 되는 것도…"
○차기 대선은 글쎄… “서울시정 전력 기울일 것”

얘기하다 보니 어느새 인터뷰 약속시간이던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후식으로 매실차가 들어왔다. 아직 더 물어볼 게 많아 마음이 조급해졌다. 하지만 박 시장은 느긋했다. “전 오늘 저녁 스케줄을 모두 비워 놨다니까요. 차를 마시며 좀 더 얘기하시죠.”

그는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했다. “남들은 제가 이념적으로 좌파라고 하더군요. 시민운동이 진보적인 면이 있으니까 그럴 여지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전 합리적인 사람입니다. 제가 참여연대 사무처장으로 있을 때도 기업 관계자들과 사전에 만나서 어떤 문제를 제기할지 미리 얘기하고 대화를 나눴습니다. 시장이 된 이후에는 전경련, 경총 등 경제단체 분들과 많이 만났습니다. 시민들의 총의를 모아야 할 서울시장이 기업, 보수단체와 같이 못할 이유가 없어요.”

매실차에 이어 후식 과일이 나왔다. 오후 7시부터 시작한 인터뷰가 눈깜짝할 새 3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그는 지친 기색도 없었다. 그는 지금까지 수없이 정치권에서 영입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감사원장과 장관 제의도 있었다. 2004년 총선 때는 새누리당에서 공천심사위원장 영입 제의를 받기도 했다.

“정치에 관심이 있었으면 김대중 정부 때 장관이라든가 했겠죠. 당시엔 하고 있는 일이 소중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뒤늦게) 정치에 입문한 것은 후퇴한 민주주의에 대한 책임의식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정치가 이렇게 사회를 후퇴시킬 수 있는지 분노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어떤 분이 제게 ‘시대의 얘기를 들으라’고 말하더군요. 이 말이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앞으로 계획도 궁금했다. 역대 많은 민선 서울시장이 노렸다는 ‘그 자리’를 박 시장도 꿈꾸지 않을까. “민주당에서 제게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때 나오라고 권유했습니다. 당시 중진이던 K의원과 L의원이 찾아왔죠. 하지만 전 그때 정말 출마하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잠시 영국으로 떠난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시장이 돼 있지 않습니까. 시대가 만든 것입니다. (대통령은) 누가 원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원하지 않는다고 안 되는 것도 아닙니다.”

모호한 대답이다. 차기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뜻일까. 박 시장에게 재차 차기 대선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겠다는 뜻인지 물어봤다. 그러자 그는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시장이 (대선의) 계단이 되는 것은 적절치 않아요. 물론 결과는 어떨지 모르지만…. 전 하고 싶은 일이 지금도 많습니다. 그 다음 단계는 누구도 모르는 것이죠. 일단 서울시정에 전력을 기울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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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의 단골집 누리
한식 도시락 주메뉴…전통茶도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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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훈동에 있는 퓨전 한정식집.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인사동 메인거리로 들어와 인사동 12길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 안국역에서 걸어서 5~10분 거리다.
갖가지 계절 나물과 장조림, 모둠전이 들어간 한식 도시락이 대표 메뉴다. 반찬 종류와 가짓수에 따라 누리·계절·삼치·궁중 도시락으로 나뉜다. 가격은 각각 8000원, 1만원, 1만3000원, 1만5000원이다. 나물은 계절에 따라 구성이 조금씩 바뀐다. 낙지볶음과 비빔밥도 손님들이 즐겨 찾는 메뉴다. 인사동에 몰려 있는 다른 한정식집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한식을 즐길 수 있다. 직접 담근 전통차도 이 집의 자랑거리다. 설악산 약초로 달인 한방누리차를 비롯해 대추차, 오미자차, 유자차, 석류차 등 종류도 다양하다. 가격은 8000원. 식사와 차를 함께 하면 2000원 할인해준다. 낮에는 주로 차를 마시는 손님들로 붐빈다.

한옥을 개조해 공간을 꾸며 고풍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시인, 예술가, 출판사 관계자 등이 단골 손님이다. 입소문을 타고 일본인 관광객과 외국 바이어들도 자주 찾는다고 한다. (02)736-7848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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