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가도시건축에서 설계 및 감리를 진행하였던 대구 삼덕동 임재양 외과가 '제 21회 대구시 건축상‘ 금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한옥과 적산가옥이 다수 남아 있는 삼덕 3가에 위치한 임재양 외과는 대지와 건축물의 연속성이 적절하게 전해지며, 한옥과 일식가옥이 혼합된 옛 건축물의 배치를 지금의 시간으로 돌려놓았고, 중간 마당은 한옥의 병원공간과 일식의 별채공간을 더욱 밝고 넉넉하게 한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삼덕동은 조용하고 살기 좋은 동네이다. 일제시대를 거쳐 지금까지 이어온 안정된 주거지로 한 쪽엔 도시한옥과 일식주택이, 다른 한 쪽엔 원룸과 다세대 주택이 공존하고 있다. 큰 길에서 조금 들어간 안쪽에 자리한 땅은 원래 2필지였다. 아래에는 한정식으로 유명한 ‘청맥’이라는 식당이 ‘ㄷ자 모양의 한옥’에 들어서고, 위로는 길과는 비스듬하게 정남향으로 자리한 일식주택이 ‘수풀이 우거진 ㄴ자 모양의 마당’을 끼고 들어서 있었다. 거칠게 쓰기는 했지만 한옥 마당은 매우 밝고 건강했으며, 일식주택은 마당만큼 깊은 내부공간이 있었다.

건축주는 오랫동안 유방암 크리닉을 전문으로 해온 이 분야의 권위자로, 자신이 가진 철학을 새로운 공간에서 실현하고자 하였다. 그는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존중하며, 암에 대하여 불안감을 안고 있는 환자에게 심리적 안정을 찾아주는 적절한 상담공간을 마련하고, 건강한 식이요법을 전수 할 수 있는 교육공간을 두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진료와 상담 그리고 문화적 교류를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이 작업의 시작이었다.
계획에서 다음과 같은 개념을 중시하였다. 첫째, 환자를 비롯한 모든 방문자들의 심리적 안정과 ‘인간다움(Humanity)’을 도모한다. 둘째, 그 곳에 있어 왔던 장소와 풍경, 배치와 공간감 등 ‘누적된 시간의 형상을 존중’한다. 셋째, 프로그램을 위한 각 공간의 ‘기능적 구성과 건축의 형상’을 조율한다. 넷째, 적절한 공간요소를 도입하여 ‘새롭고 섬세한 관계’를 만들어간다.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여 만들어진 안은, 진료를 위한 공간을 한옥으로 신축하여 전면에 두고, 상담과 체류를 위한 공간을 별관 1층에, 전수와 교류를 위한 공간을 별관 2층에 두어 후면에 배치하였다. ㄷ자 한옥마당, 한옥과 별관 사이의 ㄴ자 마당, 여러 켜를 둔 별관 1층의 방 등은 기존 건축과 공간의 형상을 존중하며 새롭게 구성한 것이다.
삼덕동 L외과 어느 부분에도 기존 건축의 물리적 부분은 남아있지 않다. 그럼에도 이 집에는 동네와 그 속의 집들에 담겨진 시간과 우리 삶에 대한 기억과 존중을 담고 있다. 그 존중은 또한 인간(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배려와 존중임을 말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