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가도시건축에서 설계와 감리를 진행하였던 판교 운중동 주택이 메종 7월호에 실렸습니다.

 

즐기기 위한 주택살이

 

저마다 개성을 표현하는 어느 주택단지 마을에 볼수록 정감 가는 붉은 벽돌의 주택 한 채가 들어섰다.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그대로 반영한 속이 알찬 주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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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과 나무가 잘 어우러진 2층 주택. 아늑한 다락방도 갖고 있다.
아래 사랑방에 필요한 장작으로 구들을 땔 일 없는 계절에는 이 또한 멋진 소품이 된다. 

 

결혼 5년 차 이미희 부부의 신혼집은 아파트였다. 2년 정도 살다가 청계산 아래 자리한 주택으로 옮겨와 살면서 그들만의 집을 지었고 3년 만에 이사를 했다. 작년 10월에 이사를 했으니 이곳 운중동으로 온 지는 1년이 채 안됐다.

“결혼 전엔 죽 주택에 살았어요. 신혼 초에는 편리한 아파트 생활이 너무 좋더라고요. 하지만 얼마 안 있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꼭대기층에 살았는데 꼭 하늘에 붕 떠서 갇혀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남편도 저와 같은 생각이었어요. 남편 역시 어릴 적에 주택에 살다 외국 생활을 했기에 네모상자 같은 한국의 아파트 구조를 답답해하더라고요. 게다가 우리 부부의 삶에서 아웃도어 활동이 빠질 수 없기에 우리 부부한테는 주택살이가 맞는 거 같아요. 결국 다시 주택으로 돌아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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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층의 차고 때문에 작아진 마당 대신 2층에 공중 마당을 마련해 계수나무를 심었다.

 

이미희 씨 부부는 구가도시건축의 조정구 소장에게 집짓기를 의뢰했다. 여러 건축가와 상담을 했지만 미니멀한 스타일의 집보다는 정감 가는 소박한 느낌의 주택을 짓고 싶었고, 집 안에 한옥의 요소를 담고 싶어서였다. “한옥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느끼며 살고 싶었어요. 요즘 집들은 너무 차가워요. 인테리어 트렌드라지만 너무 자로 잰 듯 똑떨어지는 공간에 살면 왠지 제 스스로도 어떠한 룰 속에서 생활해야 할 거 같았어요. ‘우리의 집’에 담고 싶은 것들이 많았기에 건축가와 이야기를 참 많이 나눴는데 아마 주고받은 도면만 40장 정도 될 거예요. 그 결과 차고와 사랑방, 온실 등 우리만의 색을 가진 주택이 완성됐죠.”

콘크리트와 목조를 적절히 섞은 붉은 벽돌의 주택은 차고와 거실, 주방, 사랑방이 있는 1층과 조금 더 프라이빗한 공간인 부부 침실, 온실, 작업실, 다락방이 있는 2층으로 나누어져 있다. 가장 공을 들인 공간은 남편의 놀이터인 차고다. ‘집은 작게, 차고는 넓게 만들어달라’는 요청에 조정구 소장은 114㎡의 1층 면적에서 절반 이상을 가라지 공간으로 할애했다. 자동차와 오토바이, 자전거 등에 관심이 많고 캠핑을 좋아해 관련 장비를 채워 넣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가라지 옆과 현관 사이에는 남편만의 서재가 작게 자리하고 있다. 집 안으로 들어서면 식탁을 지나 사랑방과 마주하게 된다. 댓돌에 신발을 벗고 올라가는 한옥의 구조로 한 단 높게 지은 온돌방인데 8.3㎡의 공간에 구들을 깔아 완성했다. 집을 설계하던 기간에 부부가 자전거 여행을 떠나 우연히 한옥마을의 뜨끈뜨끈한 구들방에 묵었는데 그 느낌이 너무 좋아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구들방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고. 아궁이와 굴뚝을 갖춘 한옥의 구들방이 그대로 재현됐다. “10월 말에 이사를 왔어요. 사실 처음에는 겨울이 와도 몇 번이나 구들에 불을 땔까 싶었어요. 방을 데우려면 추운데 마당으로 나가 장작도 패고, 아궁이에 장작을 넣고 불을 지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잖아요. 하지만 지난겨울 사랑방에서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사랑방 덕에 따뜻한 겨울을 보냈어요.” 요리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요리할 때 사랑방에서 쉬고 있는남 편과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를 나누는 소소한 일상이 그녀를 행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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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웃도어 활동을 할 수 있는 모든 장비가 들어있는 차고.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아래 왼쪽 1층과 2층 사이의 계단에서 바라본 풍경. 계단 위에 벽 대신 설치한 투명 유리 선반장이 눈에 띈다.
아래 오른쪽 주로 집에서 작업을 하는 그녀에게 집은 놀거리, 즐길 거리가 많은 재미있는 공간이다.
 

2층 계단을 오르면 온실의 나무 창을 마주하게 되고 오른쪽에는 높은 천장이 인상적인 부부 침실이, 왼쪽에는 그림 작업을 하는 이미희 씨의 작업실이 있다. 데크를 깔고 지붕을 덮는 등 사방을 목재로 마감하며 한옥의 목구조를 단순화한 온실은 한 켠에 욕조도 마련해 마치 휴양지의 리조트가 연상된다. 둘이 나가 바닥에 나란히 누워 있을 수 있는 2층 발코니를 원했던 건축주에게 특별한 공간이 생긴 것. 여름에는 창을 열어 발코니처럼 활용하고, 겨울에는 창을 닫고 벽난로를 이용해 실 내 공간처럼 쓰도록 했다.

“주택의 개방감이 좋아요. 사방으로 확 트여 있으니까요. 개와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데 동물들과 함께 살기도 주택만한 곳이 없죠. 시원한 사랑방도 좋지만 겨울의 따뜻한 사랑방이 기다려져요. 겨울이 오면 남편은 마당에서 장작을 패고, 저는 아궁이에서 군불을 때겠죠. 그러면 문 활짝 열고 온실의 데크에 누워 쉴 수 있는 여름이 기다려질 거 같아요. 장소와 시간에 따라 소소한 재미가 있는 우리 집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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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방 창을 통해 바라본 사랑방 그리고 그 너머 마당의 풍경이 따뜻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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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에서 시계방향으로
- 한 단 높게 지은 1층의 사랑방. 뜨끈뜨끈한 온돌방으로 겨울에는 그들의 아지트가 된다.
- 깔끔한 화이트 공간에 가구 디자이너 이종명의 거울로 포인트를 준 욕실.
- 부부 침실로만 통하는 프라이빗한 공간. 온실의 또 다른 이름은 클라이미트룸(Climate room)이다. 조정구 소장이 지은 이름으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란 뜻을 담고 있다.
- 부부 침실 앞으로 펼쳐진 풍경으로 다락방에 열린 나무 창문과 내부 벽을 벽돌로 마감한 작업실이 인상적이다.

 


에디터 이하나 | 포토그래퍼 이봉철(진공 안드로메다 스튜디오)
설계 및 감리 구가도시건축(www.gu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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