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3일자 중앙일보에 구가도시건축에서 설계, 감리를 진행하였던 판교 운중동 주택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아파트 옥상서 고기 구워" 부부의 특별한 집

 

군불 땐 방에서 뒹굴뒹굴… 집이 즐거워요
젊은 건축가들과 함께하는 유쾌한 집짓기 ⑧ 분당 운중동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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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운중동 주택’의 1층 온돌방. 벽지와 창호, 내부 장식까지 한옥의 느낌이 물씬 나도록 꾸몄다. 창문으로 주방과 통해 있어 요리를 하고 있을 때에도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건축주 부부는 “실제로 집을 지은 후, 대화가 부쩍 늘었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적당히 표준화된 기성복 대신, 내 몸의 치수에 딱 맞는 맞춤옷을 입었을 때의 편안함은 경험해보지 않고는 알기 어렵다. 집도 마찬가지다. 사람마다 취향은 제각각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대체로 비슷한 구조. 그래서 많은 이들이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에 딱 맞는 공간’을 꿈꾼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분당의 단독주택 단지에 들어선 ‘운중동 주택’ 역시 이런 열망이 만들어낸 특별한 공간이다. 남편은 40대 초반, 부인은 30대 중반의 젊은 부부가 건축주다.
 5년 전 결혼한 부부는 아파트에서 2년 여 신혼생활을 보냈다. 하지만 활동적인 부부의 삶을 담아내기에 아파트는 여러모로 답답했다.

 “둘 다 자연과 야외활동을 무척 좋아하거든요. 아파트는 편리했지만, 늘 갇혀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맨 윗층에 살았는데, 어떤 날은 참다 못해 베란다에 나가 고기를 구워먹기도 했죠.” 어릴 적부터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자라 아파트가 유독 낯설었다는 부인의 말이다.

집을 짓기 전 연습의 의미로 단독주택에 전세 들어 살면서 ‘우리만의 집’을 지을 땅을 보러 다녔다. 여러 건축가들을 만나 상담도 받았다. 오랜 고민 끝에 부부가 선택한 건축가는 한옥호텔 ‘라궁’ 등을 지은 조정구 구가도시건축소장이다.

“한옥에 살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차갑고 도시적인 느낌의 집은 싫었어요. 소장님이라면 우리가 원하는 따뜻한 공간을 만들어 줄 거라 확신했죠.”

  htm_2013031302341a010a011.jpg그렇게 탄생한 집은 독특하다. 면적이 114㎡(약 34평) 정도 되는 1층의 절반 이상을 차고와 남편의 취미공간으로 내줬다. 교통공학을 전공하고 철도관련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의 오랜 관심사는 ‘탈 것’과 ‘캠핑’이었다. 자동차와 오토바이, 자전거 그리고 캠핑 도구 등이 들어갈 공간이 필요했다.


 넓은 차고를 만들고 나니 1층에 남은 공간은 51㎡(약 15평) 정도였다. 차고 옆으로 난 문을 열고 집 안에 들어서면 식탁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하지만 식탁 옆에는 소파가 놓인 거실 대신, 댓돌에 신을 벗어놓고 올라가야 하는 한옥의 방처럼 한 단 높게 지어진 작은 온돌방이 자리잡고 있다.

 

 집을 설계하던 중 자전거 여행을 떠났던 부부는 한옥마을에서 하룻밤을 묵었다가 그 매력에 푹 빠졌다 한다. 돌아온 직후 “집 안에 구들방을 지어달라”고 조 소장에게 부탁했다.

 한옥전문가인 건축가에게는 더 없이 반가운 숙제였다. 1층 한 쪽 모퉁이 8.3㎡(약 2.5평) 정도의 면적에 구들을 깔고, 아궁이와 굴뚝을 만들었다. 방을 데우려면 마당으로 나가 아궁이에 나무를 넣고 불을 지펴야 한다. 집을 지을 땐 ‘얼마나 사용하려나’ 싶었지만, 유독 추웠던 이번 겨울 부부에게 가장 사랑받은 공간이 됐다.

 “구들에 불을 때면, 더워진 공기가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 집 전체를 덥혀주더라고요. 아주 추운 날이 아니면 보일러를 켜지 않아도 될 정도로 따뜻했어요.”

 2층은 하루 종일 집에서 일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아내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췄다. 차고 때문에 좁아진 마당 대신, 2층에 ‘공중마당’의 역할을 하는 목재 발코니를 만들었다. 부인의 작업실과 통해 있어, 일에 지칠 때면 문을 열고 나가 바람과 햇빛을 즐기며 쉬곤 한다. 침실과 발코니 사이에 있는 일명 ‘클라이미트 룸(Climate Room)’도 아내의 구상이었다.

 사방을 목재로 마감해 작은 통나무집 분위기를 낸 이 곳은 러그를 깔고 뒹굴뒹굴하며 쉴 수 있는 부부의 휴식처다. 한쪽에는 휴양지 호텔처럼 작은 욕조까지 놓았다. 겨울에는 안방이나 거실처럼 사용하고, 여름에는 창문을 다 열어 외부 발코니나 정원처럼 쓸 수 있는 다용도 공간이다.

 조 소장은 이 집의 설계를 “긴 지퍼를 닫는 과정”에 비유했다. 건축주와 건축가가 지퍼의 이를 맞추듯 하나하나 의견을 조율해가며 설계한 집이라는 의미다. 8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건축주와 건축가가 서로 주고받은 도면만 24장. “e-메일로 오간 것을 합치면 30번이 넘게 의견을 주고 받았을 것”이란다.

 하지만 아무리 몸에 꼭 맞춰진 집이라도 길들이는 과정은 필수. 다행히 부부는 의욕적이다. 겨울에는 온돌방을 달구기 위해 남편이 마당에서 통나무를 패고, 부인은 아궁이에서 콜록대며 군불을 땠다. 날이 풀리면 상추와 토마토를 키우려 작은 텃밭도 마련해 놨다. 요즘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지난해 이사 오면서 마당 한 구석에 심은 벚나무에 언제 꽃이 필까 하는 것. “살면서 올해처럼 봄을 기다린 적이 없다”며 웃는 부부의 얼굴에 봄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글=이영희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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