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가도시건축에서 설계, 시공, 감리를 담당하였던 가회동 양유당이 대한민국 한옥 공모전에서 올해의 한옥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작년 한옥상이 었던, 구로 글마루 어린이 도서관에 이어 다시한번 좋은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크기변환_ZS5X0627 사본-2.JPG

“엄마랑 아이는 식탁에 앉고 저는 가족실에 걸터앉아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죠.
그러면서 알게 되었어요. 원래 자기 공간에서 생각할 시간이 있어야 하는 구나하구요. 
부모가 그걸 일일이 간섭하고 그래서는 안된다구요... 그럴 수도 없구요.”

 

한옥, 새로운 가족의 풍경을 담다 _ 가회동 양유당

 

가회동 11번지 언덕 위에 있는 집이다. 경사진 길을 따라 오르면, 아래로 서울 시내와 남산이 한 눈에 보이고, 여기서 긴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문간 앞에 감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대문을 들어서면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바로 부엌이 보이고, 내부의 이어진 공간들이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대청에 올라서면 뒤쪽으로 북악산이 보이며 시원한 풍경이 펼쳐진다.

부모와 한 명의 자녀가 사는 집으로 2011년 가을에 완공했다. 아파트에만 살던 가족들이 어떻게 하면 한옥에서 ‘단란하게 지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였다. 자신의 방 이외에는 자기공간이 없던 자녀에게, 바깥채에 자기방과 작은 대청, 다락, 화장실이 따로 있는 ‘독립된 영역’을 주었다. 독립된 영역을 가지는 만큼 스스로 당당하게 부모와 만날 것이라 보았다.

부모와 자녀는 부엌을 중심으로 만나게 하였다. 안방자리에 새롭게 가족실을 두어, 식구들이 모여 컴퓨터 작업이나 독서, 휴식 등을 하는 ‘열려있는 친밀한 공간’을 계획하였다. 또 부엌 바닥을 낮추어 마당과 소통을 편하게 하고, 자녀방 다락에서도 부엌에 있는 식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하였다. 욕실에는 작은 전실과 천창을 두어 여유 있게 목욕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각각의 영역이 다르면서도 전체 동선이 하나로 이어지고, 공간이 흐를 수 있도록 계획한 것이 특징이라 하겠다.

   

오래된 골목 풍경을 이어가다

가회동 11번지 오르막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 시간의 흔적이 묻어나는 담장과 무성한 나무들이 모여 있는 정감어린 골목을 만나게 된다. 이 길의 끝에 있는 가회동 11k 한옥은 이런 골목 분위기에 낯설지 않게 자리하고, 동네 풍경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그 입면을 계획하였다. 철문으로 되어 있던 원래 집의 대문을 헐어 화단을 만들고, 주변 입면과 어울리도록 화강석과 와편을 사용하였으며,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답답하지 않도록 창의 위치를 세밀하게 조절하여 자연스러운 입면을 가지도록 하였다.

사본 -크기변환_A6-골목입면 01.jpg

 투명한 내부공간, 서로를 바라보다

주변 입면들과 자연스레 어우러지면서 적절한 개구부를 가진 외부 입면과 달리, 내부는 유리를 사용하여 각 공간에서도 가족들이 서로를 바라볼 수 있도록 투명한 입면을 갖도록 계획하였다. 대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서면, 따뜻한 부엌 공간과 아들 영역의 아담한 작은 대청이 눈에 들어온다. 본채의 대청에는 T자형의 유리창을 두어 마당에서부터 뒷마당과 인왕산이 보이도록 계획하였고 그 앞 쪽으로 한지 미닫이문과 들 문을 두어 뒷집과의 시선을 적절하게 차단 할 수 있도록 하였다.

크기변환_ZS5X0107.JPG

크기변환_ZS5X0672-1.JPG

 

 가족실,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소통하다

기존 한옥은 안방, 대청, 건넌방으로 이루어진 묵직한 본채와 방과 화장실로 구성된 기능적인 문간채, 작고 답답한 느낌의 부엌으로 이루어진 위계가 있는 한옥이었다. 건축주는 아파트에서 한옥으로 이사를 오며 현대적인 생활의 편의가 충족되면서 단란한 가족의 삶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하였다. 우선 기존 안방자리에 새로운 가족실과 화장실을 두어 간결하고 시원한 본채를 만들고, 마당과 소통하는 개방적인 부엌을 두었다. 아들에게는 ‘한개의 ‘방’이 아닌, 방-작은 대청-화장실로 구성된 ‘독립적인 영역’을 주어 자신의 공간에 책임을 가지고 결혼 후에도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기존 가옥에서 대청이 담당하던 가족의 생활 영역을 가족실과 부엌까지로 확장하여 독립적인 생활을 하면서도 쉽고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게 하였고, 가족실은 필요에 따라 닫아 두어 방으로도 활용 될 수 있도록 하였다.

사본 -가회동11-14-4.jpg

크기변환_ZS5X0565.JPG

 

한옥, 집의 기본을 지키다

방은 방답게, 대청은 대청답게
어둡고 답답하였던 기존 가옥의 증축부를 정리하여 밝고 아늑한 방을 만들었다. 골목길과 맞닿아 있는 외부는 프라이버시와 채광 두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하여 적절한 높이와 크기의 창을 다양하게 두었다. 북쪽으로는 덧붙여진 공간을 철거하여 뒷마당과 풍경이 살아있는 시원한 대청을 만들고, 가족실은 두 면 모두 미닫이 문으로 계획하여 필요에 따라 대응하는 유동적인 공간으로 계획하였다.

크기변환_ZS5X0576.JPG

크기변환_ZS5X0085.JPG

부엌과 화장실은 밝고 쾌적하게
다락 아래 부엌 공간으로 현관을 두어 아늑하고 정감있는 진입부를 계획하였으며 마당과의 소통이 쉽도록 입면을 투명하게 처리하였다. 부엌과 가족실은 380mm정도의 단차를 두어 부엌의 입식 공간과 가족실의 좌식 공간이 조화롭도록 계획하였다. 바닥은 타일을 깔아 물 사용이 잦은 부엌의 기능에 적합하도록 하였고 연한 녹색으로 벽을 마감하여 차분한 색을 입은 한옥 부엌이 되도록 하였다. 북쪽에 자리한 화장실은 전실을 두어 여유를 주었고, 채광을 위하여 용마루 위로 천창을 두었다. 욕조 주변에는 창을 두어 뒷마당을 바라보며 목욕을 즐길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바닥 뿐만 아니라 벽면도 타일로 마감하여 현대적이면서도 고풍스러운 화장실을 만들었다.

크기변환_ZS5X0665.JPG

IMG_2134.JPG

 

에필로그 _ 가족의 풍경에 맞는 삶의 형상을 고민하다

어느 날 건축주는, 말도 잘 하지 않고 무뚝뚝한 고2 아들이 새로 이사 온 날 마당에 나와 처음으로 “아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다. 집을 설계하고 짓는다는 것이 단순히 아름답고 자랑할 만한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그 가족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이어주는 작업임을 깨달았다. 여러 가족의 이야기가 있는 다양한 한옥의 모습을 그려보며, 조금씩 진화해가는 현대 한옥이 지금의 우리 삶을 잘 담아내고, 때로는 한옥 스스로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삶의 풍경을 제안할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현재 11k 한옥은 단란한 가족의 삶을 품고 그 생기를 더해가고 있는 중이다.

10.jpg

가회동 양유당 설계 설명서 중에서 발췌

글, 자료 : 구가도시건축

사진 : 이한구

분류 :
Project News
옵션 :
:
:
:
:
List of Articles
제목 이름
Project News guga 홈페이지 리뉴얼 오픈 imagefile gugaua
Project News 전시안내_정든 이웃과 함께 사는 장수마을 이야기 imagefile gugaua
Project News <구가, 장수마을을 만나다 _ 6년간의 작업 이야기> 설명회 안내 imagefile gugaua
Project News 전시소식 <구가, 장수마을을 만나다_6년간의 작업 이야기> imagefile gugaua
Project News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심포지엄 및 시상식 imagefile gugaua
Project News 진관사 템플스테이 역사관, 제31회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 수상 imagefile gugaua
Project News [메종] 즐기기 위한 주택살이 imagefile gugaua
Project News [시사인] 이것이 진정한 ‘하이브리드 주택’ imagefile gugaua
Project News [중앙일보] "아파트 옥상서 고기 구워" 부부의 특별한 집 imagefile gugaua
Project News 2013 경향하우징페어 리빙큐브展에 "구가 by guga"가 소개됩니다. imagefile gugaua
Project News 서울 신청사 8층에서 구가도시건축의 서울 진풍경展이 시작되었습니다. imagefile gugaua
Project News [동아일보] “한옥-적산가옥 행복한 결합… 도시의 나이테 살렸어요” imagefile gugaua
Project News 가회동 양유당, 올해의 한옥상 수상 imagefile gugau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