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동인우,애지산학
나의 성품이 물고기, 새와 같아서
산에 머무는 것을 좋아한다.
(자유를 추구하는 성품이니 세속의 일에는 관심이 없다는 의미가 있는 듯)
이 글자는 율곡이 쓴 것이라 전해지지만 전문가들은 율곡의 필체가 아니라고 한다.
율곡보다 더 위대한 분이 썼더라도 현대의 서양교육을 받은
지식인들에게는 라틴어보다 더 낯설게 다가오는 문자다.
세월이 흐르면 이러한 증상은 더 심할 것이다.
우리 문화를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면 누가 과연 이해하겠는가.

조합장 직무정지. 이 전단지의 앞뒤 사건을 짐작할 만하다.
재건축 수주전에서 2년간 홍보일을 해본 적이 있는데
그때 저런 류의 많은 사태들을 볼수 있었다.
처음에는 하나였던 조합이 곧 둘이 되고
직무정지와 가처분신청 같은 소송들이 난무하고
누구는 실형을 받고 등등등.
동네가 재개발되면서 이웃들의 연대감은 무참히 훼손되며
이권은 평화를 파괴한다.

진각종은 비신자들이 볼 때 꽤 진보적인 종파이다. 스님들이 결혼을 하며 머리도 기른다.
강남의 진선여중고 재단이기도 하다.
저리 서툰 글씨의 치졸해보이기까지 하는 현판을 내내 걸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뜻일까.
아니면 진각종의 큰 인물이 손수 만든 현판이라
함부로 갈아치울 수 없어서일까.
캘러그라피가 새롭게 각광받는 추세여서 그런지
빈티지형 캘러그라피로 보자면, 작은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냄비와 항아리 뚜껑에 반쯤 가리워진 문자 새긴 돌이 답사팀을
기쁘게 하였다.
모든 건축물에 설계자와 건립연도, 설계도면을 새긴 돌을
부착하도록 법령이라도 만들고 싶어지는 답답한 답사행진에
한줄기 폭포수같은 문자였다.
건립연도 아래의 시편 27장 1절이라는 암호는 이렇게 해석된다.
여호와는 나의 빛이요 나의 구원이시니 내가 누구를 두려워하리요
여호와는 내 생명의 능력이시니 내가 누구를 무서워하리요
집을 지은 이는 기독교신자였던 모앙이다.
그러나 건축물은 세월이 두려울 것이다.
세월과 무지와 가난의 탓으로
웅장하고 아름다웠던 벽돌건물의 우아함은 스러지고
누추함이 남아있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새건축사협회 홈페이지, 건축답사 후기게시판, 임정진님 글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