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예술 창작터 지역사회 문화예술 전시 공간에서 마을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가집니다. 삶에 또 어떤 길을 놓기 위한 작은 실험들을 하려 합니다. 덜 무게를 가진 우리가 생각하는 마을의 속살을 예술이 가진 힘으로 마을 밖으로 끌고 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힘이 다시 사람이 사는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꿈을 꾸고 싶었습니다.
서울 성곽 밑 네모난 땅에 집을 짓고 그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좁은 골목을 이루고 거기에 사람들이 사방에서 들어 와 일가를 이루는 모습은 인간적이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후 그 좁은 골목길을 풍경으로 사람들이 언제부턴가 찾았습니다. 집들에 벽화가 그려지고 사람들이 성곽이라는 공간에 주목 하면서 마을의 미학에 관심도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더 인간적인 마을의 모습에서 미래의 희망을 보고자 합니다.
처음 사람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공간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는 법을 알았습니다. 그 공간에서 형성된 관계는 세월이 켜켜이 쌓이며 정든 이웃과 오래 같이 살 수 있는 삶의 지혜를 터득하였습니다. 평상 폭이 5cm 늘어나는 것만 해도 한사람 더 엉덩이 붙일 수 있는 자리가 생겼다고 좋아했던 사람들이 그렇게 마을을 이루었습니다. 좁은 골목길을 1cm 누군가가 좁혀오면 인정머리 없이 굴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이 마을이었습니다. 마을은 우리네 일상의 삶속에서 그렇게 사람의 정든 마음을 터전으로 삼아 일구어 온 공간입니다.
그런 마을을 인간적 건축이라는 시선으로 6년 동안 소리 없이 가슴으로 마을 골목길을 누빈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기 집 장독대 위에서 까마귀 담배 피는 표정으로 마을의 가치를 생각한 화가가 있습니다. 마을의 계단 길을 수없이 오르내리며 마을 주민들의 인물 사진을 더 찍기 좋아했던 사진작가가 있습니다. 이분들의 정든 이웃과 함께 사는 장수마을 이야기에서 무얼 끄집어내고 싶은지 잠시 시간을 내 들려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